[quote:3f5tntzk]구글 크롬에 activex 도입될 수도 있다는 소문[/quote:3f5tntzk]
저도 언론을 통해 접하였는데, 사실이라면 굉장히 실망이네요. 변해야하는 것은 변질된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구조인데,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에 웹브라우저 등이 변질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네요. 사실이라면 굉장히 실망입니다.
전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여러 한국 서비스들이 표준을 갑자기 중시하고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IE7, 8에서 점점 사용을 어렵게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잖습니까? 액티브엑스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더이상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 고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이게 뒤늦게 이 정도나마 표준에 관심을 가지게 한 이유일겁니다. 제 장담하건데 제아무리 표준 기술로 날고 기며 말도 안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MS의 저 의사결정이 없었으면 절대 지금처럼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지 못했을겁니다. 당장 지금만 해도 조금만 지원해달라고 굽신거리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구글 크롬이라는 대안이 생깁니다. 이건 화이트리스트고 뭐고 이전의 문제에요. 저 비표준 기술에 대한 대안 - 심지어 구글이라는 네임 밸류가 있는 - 이 생긴다는거 자체가 문제인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액티브 엑스를 버리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업계와 금융업계죠. 게임은 그렇다치고 논외로 두더라도 금융업계는 기술 바꾸는데 극단적으로 소극적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구요. 하지만 비 윈도우즈 유저가 가장 아쉬워 하는 것도 바로 그 금융업계의 서비스입니다. 그나마 최근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곧" 이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는데 이런게 나오면 그야말로 퇴보잖습니까? 대안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기술 변경을 할 리가 없잖아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외에선 당연한 플랫폼 호환성이 갖춰지냐는 겁니다.
잡초를 죽여야 하는데 말려 죽여도 모자랄판에 물을 줘가는 격이잖습니까.
그리고 여기다 개인적인 이유도 보태 보자면… 제가 파폭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플랫폼 독립성입니다. 파폭 리눅스 버전을 써도, 윈도우즈 버전을 써도, 맥 버전을 써도, 일부 확장기능을 제외하면 대체로 비슷한 환경을 구축해 놓고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런것이 보장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확장기능도 빛을 발하는 거구요. 여기는 되는데 저기는 안되는게 많이 생기면 짜증나죠.
그런데 액티브 엑스를 지원함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개발이 OS별로 나눠지게 될 수 밖에 없을거 같은데요. 그럼 아무래도 한쪽에 치우치게 될 거 같다는건 기우일까요? 물론, 구글이 그 정도로 종속적인 코드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애석하지만 소스를 봐도 전 그런 부분은 판단이 불가능하군요) 그런 부분이 있다는건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도 차이가 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사파리를 봐도 어느정도 알 수 있겠지요. 맥에서는 상당히 쓸만한 물건입니다만 윈도우즈 버전은 솔직히 애플 팬보이를 자처하는 제가 봐도 이건 영 아니올시다거든요.
심지어 기술 자체가 크롬이 그렇게 강조하던 보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 구멍을 제아무리 재주껏 막아놓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뭐하러 구멍을 만드냐는 겁니다. 집에 각종 보안장치를 달면 뭐합니까. 열쇠를 대문앞 화분에 숨겨 놓고 다니는데.
뭔가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제가 말재주가 부족합니다만 확실히 역행한다는 느낌입니다. 구글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는건 처음이네요. 구글 토크에서 딱히 진보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렇게 역행하는 느낌은…
물론 그런식으로 크롬이 주 브라우저가 된다는 상황은 저도 기대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액티브 엑스가 매장될거라는데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크롬이 주 브라우저가 될 필요도 없고, 이미 현 상태로도 충분히 늦어진 엑티브 엑스의 매장이 그만큼 더 늦어진다는 거지요. 저도 가급적 무슨 수가 있을 거라고 구글을 믿어주고 싶지만 사실 이 문제는 구글의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걱정하는건 한국의 기업들이죠. 크롬이 엑티브엑스를 지원하는 구조인 이상, 한국기업들은 어떻게든 이걸 사용해서 현 체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을거 같습니다. 심지어 오픈 소스니 그러기가 더욱 쉽겠죠?
이를테면 크롬을 적당히 포킹해서 지금 현 엑티브엑스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화이트 리스트 무시하고 기능을 좀 축소시키도록 포킹된 크롬을 "접속 클라이언트" 정도로 배포하는 일도 없다고만은 장담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아니, 크롬에 내장된 프리즘 기능만 적당히 활용해도 상당히 손쉽게 그럴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게 아니어도 구글의 네임 밸류만으로도 기존의 다른 브라우저들과는 많이 상황이 다를겁니다. 모르긴 해도, 일반인들이나 기업의 윗머리들이나… 파폭이나 오페라를 보는 시각과 저 구글의 크롬을 보는 시각은 많이 다를거 같습니다.
아무튼 근 10년 넘도록 한국 환경에 데이면서 살아온지라 저도 모르게 비관적이 되네요. 제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_-
[quote="Vulpes":2uummnos]이를테면 크롬을 적당히 포킹해서 지금 현 엑티브엑스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화이트 리스트 무시하고 기능을 좀 축소시키도록 포킹된 크롬을 "접속 클라이언트" 정도로 배포하는 일도 없다고만은 장담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아니, 크롬에 내장된 프리즘 기능만 적당히 활용해도 상당히 손쉽게 그럴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quote:2uummnos]
ActiveX를 하기 위한 "접속 클라이언트"를 ActiveX처럼 깔아대는? 그런 사태가 올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한동안은 지켜봐야 겠네요.
구글도 어차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일 뿐이므로,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을 그렇게 신속히 배려해 주지는 않을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