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우분투와 전혀 관련없는 긴 이야기를 해 봅니다. 딱 10년이 된 사진이라는 취미입니다. 캐논 FT QL이라는 오래된 기계식 수동카메라에 FD 50mm 1.8, 코닥 티맥스 흑백필름으로 대학 사진동아리에서 출사나가면서 시작된 취미입니다. 당시에는 니콘 FM2가 참 멋져 보였고 캐논 G1 디카가 미래로 보였죠. 그동안 미놀타 F400, 캐논 G5, 미놀타 x300+탐론 28-70mm f3.5-4.5, 올림푸스와 후지의 이름모를 똑딱이 카메라들이 손을 거쳐갔습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가고 대학원을 가면서 관심이 시들해졌다가 얼마전에 캐논 보급형 DSLR인 550d(T2i)를 샀습니다. 대형 매장에서 오후 내내 500d, 550d, 600d, 7d, 60d, 5d MK2하고 소니 a55, a580, a900, 니콘 d7000, d300s, d3, 펜탁스 K-5, 후지 x100, 올림푸스 e-5, e-p2 등을 만져볼 수 있었는데 550d+EF-S 18-55mm f3.5-5.6 IS번들렌즈 리퍼 셋이 있어서 온라인과 얼추 비슷하게 가격을 낮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사고 나서 찍어보니 RAW + JPG 동시저장으로 하니까 한컷에 30메가 정도 나오고 연사 능력이 나쁘지 않아서 순식간에 32GB class 10 sd메모리가 800컷 정도로 다 차버립니다. 거기에 1080p HD 동영상 한번 직을 때마다 메모리 남은 용량이 수백메가씩 증발합니다. 예전 디카는 CF 256메가면 JPG로 100장 이상 찍었는데 격세지감입니다. 황당하게도, 2003년부터 찍어온 사진이 부모님것 백업한것까지 합쳐서 15기가 정도였는데 어느날 하루동안 32GB찍으니 이미 용량이 두배가 넘네요. 예비로 준비한 32GB class 4 sd도 쓰는 날에는 더하고요.
그래서 데스크탑에 히타치 하드 3TB를 큰 맘먹고 달아줬습니다. 3년동안 거의 텅텅 비어왔던 1TB하드가 최근 스팀 폭풍세일 이후 3/4 이상 차오르고 있어서 사진까지 불어나니 감당이 안되서 어쩔 수 없이 질렀습니다. 용량이 불어나니 MBR로는 안되고 GPT란 걸 쓰네요. 메인보드가 EFI를 지원하면 좋다는데 1년전에 맞춘 시스템이지만 지원 안하는 것 같아서 히타치 유틸리티를 써서 설정했습니다.
내친김에 28mm EF f1.8 USM 렌즈 (1.6x 크롭환산 44.8mm 표준렌즈)에 학생판 포토샵+라이트룸, 스파이더 프로까지… 실력은 꽝인데 마음은 이미 매그넘입니다-_-;; 그래도 28mm-50mm 영역의 광각-표준 스냅사진만 줄창 찍는 촬영습관에 나름 최적화가 된것 같습니다. 저렴한 50mm EF f1.8로 환산화각 80mm니 가끔 친구들 포트레이트도 찍어줄 수 있고요. G5에 물려 쓰다가 지금은 부모님 집 박스속 어딘가에 있는 420EX 스피드라이트하고 맨프로토 190 (구형) 삼각대가 없어서 아쉽지만 몇년 전과 추구하는 사진이 좀 바뀌어서 당장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냅사진용으로는 hTC 인크레더블(나온지 1년 좀 넘은 디자이어 형제폰)이 더 편하고 은근히 좋은점이 많네요. 광학적(조리개 심도표현이 자유롭고 날카로운 화질을 가진 코팅이 된 유리렌즈군 vs 포커스 범위가 좁아서 흐릿한 최대개방상태의 플라스틱 광각렌즈), 전자적(정확한 화이트밸런스와 비록 크롭이지만 iso 3200으로도 봐줄만한 노이즈 억제를 보여주는 최신 18MP 센서 vs 어두운 밤에 찍으면 화이트밸런스는 누렇게 뜨고 노이즈가 작렬하는 콩알만한 8MP센서) 화질은 비교가 안되고 배터리 효율도 DSLR이 훨씬 좋지만, 맨날 가지고 다니고 어떤 렌즈보다도 가벼운데다 구글 플러스 앱을 까니까 자동으로 피카사 웹앨범에 순간 업로드 기능이 작동해서 컴퓨터와 아예 연결할 필요가 거의 없는 폰카는 정말 편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도 폰카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요. 일단은 둘다 병행해 봐야겠습니다.
어른이 된지 오래되고 시간이 없어진 만큼 사진 찍기가 쉽지 않은데 혹시 사진이 취미이신 우분투 포럼 회원님이 있으시다면 노하우 및 의견 부탁드립니다. 특히 좋아하시는 작가나 추천할만한 사진책 부탁드립니다. 2년전(?) 서울에 정모갔을때는 완전 남탕에 저보다 나이 많으신 아저씨들도 바글바글했는데 지금도 그럴 것 같으니 왠지 비슷한 취미 가지신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