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dymaxion":24ps1xj2]글이 올라온지 한달여 지나서 늦었지만, 나름의 졸렬한 의견을 저도 올려 보겠습니다.
혹시 관청에 전달하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본문 그대로 퍼다 가셔도 좋습니다.
…[생략]…
때문에 키포인트는
엔지니어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IT혁신을 가로막는 법률적 규제를 낮추는데 있는 것이지
이런 식의 정부주도 R&D 단발성 프로젝트 따위 해서
엔지니어가 아닌, 정부과제비 따먹는 업체 사장님들 배불려주는 방식으로는
100년 해도 안된답니다.
이제 이런 짓 하는게 더이상 안된다는 걸 알 만도 한데
공무원 사회라는데가 원체 엔지니어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보니
정책도 맨날 헛다리만 짚고 있더군요.
…[생략]…[/quote:24ps1xj2]
표현이 좀 과격하다고 생각하지만 dymaxion님 의견 대부분에 저도 공감합니다.
적어도 소프트웨어(IT) 분야 만큼은 정부가 그냥 똑똑하고 지혜로운 소비자가 되는 데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슬라이드 내용을 보면 많은 부분이 ‘우리는 오픈 소스를 해야 한다, 할 것이다’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정작 ‘무엇을’ 할 것 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quote:24ps1xj2]1. 특정 OS에 편중되지 않는 컴퓨팅 환경 조성
1.1 모든 OS, 브라우저로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 지원 (~17년, 100대사이트 접속환경 변경, 오픈뱅킹 확대)[/quote:24ps1xj2]
이런 부분은 아주 좋습니다. 동기 부여도 확실하고 구체적이고 뚜렷한 요구 사항도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모든 OS, 모든 브라우저로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 지원’
같은 극단적인 표현 보다는
‘특정 환경에 종속되지 않는, 널리 구현된 공개 표준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이트 구축’
같은 접근 방식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너무나 극단적인 목표를 추구하면 오히려 기술적인 퇴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0대 사이트라는 것은 정부에서 운영 중인 사이트 중 백 곳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들은 정부의 그것 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습니다. 정부 스스로만 고치는데 집중하고 민간은 그냥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 선택하는 기술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민간에 큰 파급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술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여지가 많습니다.
[quote:24ps1xj2]1.2 개방형 OS용 응용SW 확산 지원 (~17년, 개방형OS, 응용SW개발 지원, 시범사업, 18~, 관련기업 시장확대)[/quote:24ps1xj2]
반면 이런 부분은 위험해 보입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고 막연해 보입니다. 뭘 만들지 정하지도 않은 채 시행하는 ‘확산 지원’ 은 눈 먼 돈 퍼주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정부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있으면 딱 그것만 개발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더 필요 없습니다. 개발해서 사용하시고 보편적으로 널리 쓰이는 잘 알려진 라이센스로 공개만 해 두시면 그 이후는 민간에서 알아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주체적으로 나서서 뭔가를 진행하려는 생각은 좋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부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자유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어 민간에서 섣불리 시도하기 힘든 변화를 성공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 입니다.
그래도 굳이 뭔가 주도적으로 해서 성과를 남겨야 갰다면 세계에서 북한과 더불어 유일하게 한글을 국어로 사용하는 국가의 정부로서 한글과 관련된 것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어 사전, 맞춤법 검사기, 글꼴이 있습니다.
공개된 형식으로 제공되는 한국어 사전 자료가 없다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브라우저로 직접 접속해서 이용할 수 있는 사전을 서비스 하는 곳이 국립 국어 연구원을 포함해 몇 군데 있긴 합니다 만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전 자료에 직접 접근이 가능하게 되면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웨어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전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맞춤법 검사기도 비슷한 경우 입니다. 정부에서 후원해서 부산대에서 만든 검사기가 있긴 한데 다른 소프트웨어에서 자유롭게 가져다 이용할 수 있는 형태도 아니고 자유 소프트웨어도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편집기나 브라우저같이 글자 입력을 받는 소프트웨어서 자유롭게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된 검사기가 필요 합니다. 게시판에 이런 글 쓰고 있을 때나 문자, 메신저를 사용할 때 맞춤법 검사가 되면 좋겠는데 기업들에서 자발적으로 손대기가 쉽지 않은 모양 입니다. 인터넷과 문자, 메신저에 난무하는 해괴망칙한 맞춤법 오류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글꼴도 민간에서 쉽게 쉽게 만들어 배포하기가 힘든 분야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모니터 해상도의 세밀함도 낮고 라틴어권의 문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자 모양이 복잡해서 좋은 글꼴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웹 개발 전문가들이 잘못된 관행으로 지적하는 ‘그림 파일로 글자 보여주기’ 가 생겨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보기 좋은 글꼴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기 때문 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디스플레이의 세밀함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그려지는 글꼴의 모양을 결정짓는 소프트웨어도 계속 발전함에 따라 기존에는 만족스럽지 않던 글꼴도 꽤 쓸만한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즉, 디스플레이의 발전으로 좋은 글꼴을 만드는 것이 과거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워졌습니다.
더욱이 방문자의 컴퓨터에 없는 글꼴도 그림 파일을 보여 주듯이 네트워크로 전송해서 디자이너가 지정한 글꼴로 사이트를 보여줄 수 있는 웹 폰트 표준도 이제는 대부분의 브라우저들에서 잘 지원이 됩니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글꼴이 많아지면 어떤 소프트웨어든 보기 좋은 한글 문자를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좋은 주춧돌이 될 것 입니다. 서울시에서 공개한 글꼴 같은 경우도 네이버의 나눔 글꼴 같이 보다 분명한 공개 저작권을 명시해서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업적 판매를 금지 한다거나 개작의 허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좀 아쉽습니다.
[quote:24ps1xj2]2. 국가 공개SW R&D 확대
2.1 공개SW 방식 SW R&D 확대 (SW원천기술 R&D 과제를 공개SW방식으로 개발)
2.2 공개SW 특성을 반영한 R&D 제도 마련 (과제 선정시 민간부담금, 기술료부담 면제 등)[/quote:24ps1xj2]
마찬가지로 주어가 빠져 있는 불완전한 문장 입니다. 연구 개발을 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인데 무엇을 만들 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눈 먼 돈이라는 표현이 다시 생각 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빠지기 쉬운 나쁜 경향 중 하나가 ‘NIH 신드롬’ 입니다. ‘Not Invented Here’, ‘우리가 안 만들었음’ 이 말의 의미는 뚜렷한 명분 없이 손수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을 다시 만드는 헛수고를 한다는 뜻 입니다.
정부가 필요한 것을 만들어 쓰는 데에 집중 하고 ‘개발을 위한 개발’ 의 오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뭔가를 굳이 만들어야겠다면 말씀 드렸다시피 한글 관련 소프트웨어 같은 오직 대한민국 정부만이 잘 할 수 있고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분야를 찾기를 바랍니다.
[quote:24ps1xj2]2.3 기존 R&D 결과물의 공개SW 전환 (기술이전 미진한 결과물 공개로 전환)[/quote:24ps1xj2]
이건 좋은 생각 입니다. 좀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quote:24ps1xj2]3. 고급 공개SW 개발자 양성
3.1 대학의 공개SW교육 활성화 (대학의 공개SW관련 교과과정 개편 지원, 관련 교과개설에 가점 부여)
3.2 개발자/커뮤니티의 공개SW 개발 지원 (공개SW개발자센터 운영, 커뮤니티 모임/행사지원)
3.3 온라인 공개SW 교육 확대 (공개SW 온라인교육 포털(OLC) 강좌 확대, 일반인 대상 강좌 개설)[/quote:24ps1xj2]
정부에서 이런 세부적인 부분까지 손 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무례한 줄은 알지만 속된 말로 '오버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정부와 같이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소비자가 자유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면 자유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개발자들이 자연스레 좋은 대우를 받게 되고 그 숫자도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가 십년 이십년 쭉 지속되면 비로소 '고급 공개SW 개발자’가 생겨나게 되는 것 입니다.
개발자 양성에 직접 신경을 쓰는 것 보다는 정부 스스로 그런 개발자들이 필요한 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 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추가 비용이 더 발생 하더라도 특정 환경에 대한 종속성을 없애고 자유 소프트웨어로 전환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고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유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 숙련된 개발자들도 자연스레 늘어나고 그와 동시에 특정 소프트웨어에 종속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quote:24ps1xj2]4. 정부 및 공공부문의 공개SW 도입 확대
4.1 공공 정보화사업 공개SW 도입 확대 (공공사업에 공개SW 적용 가능성 점검 제도화)
4.2 공개SW 도입 기술지원 (우수공개SW 기업/기능/품질정보 제공, 컨설팅 지원)
4.3 공개SW 성공사례 보급/홍보 [/quote:24ps1xj2]
왜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따져 볼 때 '투명한 자료 접근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 합니다. 단지 소프트웨어의 코드가 ‘공개’ 되어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운영체제를 다루고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하려는 것은 결국 ‘정보의 생성, 수정, 보존’ 입니다. 미래에 어떤 혁신과 변화와 새로운 기술이 찾아오든 우리가 보존하고 있는 정보에 원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정보에 왜곡 없이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그 형태를 바꾸며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특정 환경, 특정 기업, 특정 소프트웨어의 구현에 의존적인 지금의 현실은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개된 표준이 있고, 그 표준을 다루는 소프트웨어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그러한 정보 저장 형식을 찾아 사용하는 것에 강력히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특정 환경이나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좋은 표준들이 정말 많이 존재 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BBCODE 서식을 사용해서 작성한 후 사용에게 보여질 때는 HTML 형식으로 보여지게 됩니다. 입력은 BBCODE 서식으로 받고 출력은 HTML과 CSS를 이용하는 이런 유연함이 바로 공개된 자료 형식이 가지는 강력함 입니다.
다양한 환경, 다양한 운영체제, 다양한 소프트웨어에서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자료 형식에 초점을 맞추면 어떤 기준으로 소프트웨어를 선택해야 할 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간결하고 기민하며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대한민국 전자 정부의 모습을 진심으로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