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IceCube":3pboqd44]1995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 중에 Space: Above and Beyond (줄여서 S:AAB)라는 SF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선 Space 2063이란 이름으로 방영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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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B에는 A.I.s라는 특이한 종족이 등장 합니다.
인간들이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인간 대신 싸울 사이보그를 만들었는데, 이들이 어느 순간 차별과 불합리를 깨닫고 인간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전쟁은 인간, 외계인, A.I.족의 삼파전이 되어버립니다.
A.I.족에겐 특이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모든 종족이 광대역 무선 통신망으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그들은 한 개체가 가진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든 개체가 공유합니다.
그것은 각 개체의 과거 추억부터 최근 전장의 전투 정보까지 모든 것을 망라합니다.
게다가 생김새는 인간과 똑 같으며, 간혹 똑 같은 생김새의 모델이 복제 생산 되기 때문에 인간을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과거에 A.I.족 여자 스파이에게 속아 사랑에 빠져 심각한 지경까지 갔다가 주변 동료가 눈치를 채고 그 여자를 처치하는 비극을 겪은 사람에게 똑 같은 여자가 다시 나타납니다.
남자는 여자가 죽은 줄 알고 있는데, 여자는 그때 자기는 죽지 않았다며 둘만 아는 추억 속의 이야기를 합니다.
남자는 여자가 다른 A.I.들과는 다르다며 그녀는 나를 진정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지고…
뭐 이런 식이죠.
그때 S:AAB에서 A.I.족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들이야 말로 영생을 얻었구나."하구요.
인간의 두뇌가 정말 광대역 통신망에 연결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인간들은 뭘 하며 지낼까요?
서로 똑 같은 걸 알고 있다면 더 이상 대화가 가능 할까요?
아마 종국엔 너무 지루해서 스스로 작동을 멈춰 버리지 않을까요?
아니면 신이 된 인간도 신화 속 신들처럼 하등 종족을 만들어 소일 거리를 삼을까요?
사람이란 게 기억을 잃어버리고, 깜빡깜빡하고, 뭔가 모자라고 하기 때문에 인생이 즐거운 게 아닐까요?
모르니까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울고,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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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攻殻機動隊(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애니메이션 도입부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넘쳐나는 정보들이 감각을 마비시켜 개인의 의사마저 획일화시켜버린다 하더라도,
개개인이 다수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할 만큼 정보화되어 있지 않은 시대 AD2030"
아예 통신디바이스를 뇌에 직접 연결하여 통신할만큼 정보화된 환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AI로 등장하는 多脚思考戰車(다각사고전차) 다치코마가 나오는데,
전반부에는 독립된 개체로 나오지만 후반부에 竝列化(병렬화)라고 해서, Client / Server 형태로 기억을 공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웃긴건, 인간은 기본적으로 독립된 개체에서 정보의 공유를 하게 된 셈이고, AI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만 개성을 갖게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직설적인 남녀간의 사랑은 나오지 않지만, AI는 자신을 아끼고 격려해준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웬지 찡하더라구요…
… 만화영화지만 애들이 보기엔 절대 이해가 되지 않을 내용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