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바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hid276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건 근본적으로 회사의 도덕성을, 나아가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그냥 생각없이 습득해 버린 개발자를 문제삼으시는 것 같습니다만…
일단 회사란 이윤추구 집단입니다. 고로, MS가 자사 제품들 사이의 시너지를 추구하는거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고, 그 시너지로 인해 만들어진 쉬운 개발 환경을 사용해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실질적인 제품으로 나와 준다면 그건 분명 소비자에게는 득이 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자사의 제품에서 더 나은 개발 환경을 제공해 주는 부분에 있어 MS는 잘못하는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정당하게만 한다면 이건 오히려 장려받아야 하는 거죠. 이 역의 예가 과거 AOL과 Netscape과의 관계였습니다. 매매 당시 입지가 많이 약해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불과 그 전 해까지만 해도 브라우저계의 제왕이었던 Netscape을 사 놓고도 AOL은 그걸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 Netscape이란 이름만 사용했죠. 그때 AOL이 자사 서비스와 Netscape의 연동을 좀 잘 구현만 해 놨었더라도 지금 인터넷 판국은 엄청나게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MS가 욕을 먹어야 할 부분은 자기네들의 수요가 자기네들이 제품을 잘 만들어서 나온게 아니라 [b:34864kkc]강매[/b:34864kkc]에 의해 나오는 거란 점입니다. 즉, 위의 구조가 정상적이었다면 [b:34864kkc]우수한 제품이다 > 우수한 제품 위에서 돌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한다 > 그 개발 툴을 이용해 많은 우수한 제품이 나왔다 > 유저들이 사용한다 > 기반이 넒어진다[/b:34864kkc] 는 식의 시나리오를 따라야 합니다. 즉, 단순화하자면 [b:34864kkc]좋은 제품 개발 > 제품간의 시너지 극대화 > 고객의 만족 > 기반의 강화[/b:34864kkc]의 수순인데, 이 수순을 따라 움직인 회사 중 하나가 바로 구글입니다. 그래서 그 엄청난 제국을 형성하고도 아직까지 거의 욕을 안 먹고 있지요 (최근의 행보가 제가 보기엔 좀 불안하긴 합니다만). 하지만 MS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강매를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컴퓨터 한 대를 사면 무조건 윈도우즈 한 개의 판매로 이어지는 상황을 만듦으로서, 강제로 기반을 넓혀버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기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이지요.
즉, 현재 한국의 상황을 따지는데 대해, 여기서 MS와 개발툴을 언급하시는것은 핀트가 살짝 어긋나 있는게 아닌가 생각되구요…
둘째로 개발자들의… 소위 말하는 개념결핍증인데… 일단 개발자들을 탓하기 전에 상황을 다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쓴 글에서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습니다만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로, 사실 한국 아니라 어딜 가도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을에 대해 막강 파워를 지니게 되긴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지요. 해외에선 일반적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려 비즈니스를 하기에 갑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갑으로서 소비자 - 즉, 대중이 자리하고 있으나 한국에서 소비자는 이 입지가 매우 약해서, 불과 수 년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주는건 받아먹는 수준이었단 겁니다. 즉, 체인이 어느 정도 물고 몰리는 해외 상황과 달리 한국은 사실상 피라미드였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봐도 그렇고, IT만 국한적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를 비롯하여 다른 분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 상황이 잘못되어 있다는것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되어 버린 이유를 찾는데에서, 모든 작업의 말단에 있는 개발자를 보는것은 부적절하지 않냐는 겁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광주 참사에 대에 책임을 말단에서 사람들을 죽인 군인에게 따지시겠습니까 아니면 실질적으로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던 전 모 씨에게 따지시겠습니까?
물론, 위의 예에서 실질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사람들에게 잘못이 없지는 않듯, 개발자들은 누구보다 기술에 가깝게 있는 이들이기에 오히려 더 깨어진 시각을 가지고 노력을 했어야 하는건 원론적으로 맞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그런것까지 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둘째치더라도 이들이 노력을 했었다 한들, 결국 의사결정은 훨씬 더 상위에서 이뤄지기에 위에서 NO라고 하면 그걸로 땡.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개발자들이 잘못이다라는 시각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기 힘들어 하시는겁니다. 그 보다는 위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갑들, 나아가서는 물리고 물리는 생태계를 만들지 않고 피라미드식 구조가 나올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버린 정부 쪽이 아닐까 하는거죠.
…이거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게 흘러가는군요. ;;; 일단 여기까지만 쓰도록 하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