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2년전 고등학교 시절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에 리눅스 열풍이라는 소개와 함께
알짜 리눅스 CD2장이 부록으로 들어있었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그때 리처드스톨만이 피리들고 서버 앞에서 폼 잡았던 사진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그 멋에 이끌려 리눅스를 설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설치 메뉴얼을 훑어보자니 너무 복잡해 보여서
포기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설치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메뉴얼에 윈도우 95를 지우고 파티션을 없애야 된다는 말이 처음엔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파티션을 지우면 어떻게 하드에 데이터를 집어넣지? 라는 의문점을 뒤로한채 일단 아무것도 모르니
도스상태에서 파티션을 없애고 알짜 리눅스를 시디에 넣고 부팅한결과 도스 비스무리 한게 뜨더군요
지금처럼 GUI가 아니였습니다.
일단 커맨드 입력이 뜨자 Dos fdisk 와는 차원이 다른 fdisk가 있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때 메뉴얼에서는 /boot /home /root /swap 파티션을 일일이 용량 계산하면서 다 잡아주어야
리눅스가 깔리는줄 알고 써있는대로 커맨드 입력하면서 다 잡아주었습니다.
왜 그렇게 일일이 잡아주어야 하는지 그땐 전혀 몰랐습니다.
파티션 잡는거에 성공을 하자 본격적으로 리눅스를 설치하기 위해서 인스톨 화면에 접하게 되면서
시디만 넣으면 다 알아서 해주는 윈도우 방식이란 너무 차원이 틀려 벽에 부딪쳤습니다.
하드웨어 잡는것부터 어려웠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의 회사를 다 일일이 메모지에 체크해 놓고
자신에 맞는 하드웨어 목록이 나왔을때 정적으로 체크해 두면 성능향상에 도움이 된다구 해서
다이아몬드(정적)를 체크하자 다음 단계인 어플설치 목록이 나오더군요.
도데체 이 어플이 뭔 역활을 하는 어플인지 알수가 없어서 모조리 싹다 체크하고 마지막 단계인
시간/지역, 로그인/암호를 설정하라구 하더군요.
시간은 둘째 치더라도 로그인명과 암호는 왜 만들어놔야 하는지 도통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군대에서 까라면 까야하듯이 일단 시키는대로 설정하고 마지막 리부팅 한다는 글자가 보이자
안도에 한숨을 쉬면서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환상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모니터를 다시 바라보자 역시 해커가 주로 쓴다는 운영체제는 부팅때 부터 뽀대나보이는
텍스트 글자가 한 30초 가량 뜨더니 윈도우즈와 같은 환경이 나올줄 알았지만 도스와 비슷한
상태로 화면에 출력되자 다시한번 메뉴얼을 살펴보니 명령어(StartX)를 입력해야 X-윈도우로 접할수 있다고 하여
재빠르게 타자를 두드리며 엔터를 누르자 몇 십초 화면이 깜빡 거리더니 마우스 포인터가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환상의 운영체제가 나올줄 알았지만 왠 조선시대 윈도우 박스 하나 덜그라니 하나 떠있구 아주 초라한 화면에 이게 내가 원하는
멋진 운영체제가 아닐텐데 하면서 다시 한번 윈도우를 살펴보자 왼쪽 하단에 어플리케이션 콤보박스가
보이자 일단 어플을 실행해 볼까 하는 심정에 영어로 써있는 Gimp라는 프로그램을 클릭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초가지붕위에 기왓장을 뒤집어 씌어놨는지 초라하기 그지없어서 일단 종료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시켜보니 에러는 뭐 이렇게 많이 뜨는지 이리충돌 저리충돌 폭탄모양의 이미지와 함께 어플이 계속 죽는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열받은 심정으로 파워를 끄고 리눅스는 당분간 봉인하겠다는 마음으로 굳게 다지며
그렇게 리눅스에 대한 첫 경험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리눅스는 믿기지 않을정도로 좋아지고 편리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설치부터 초 난관 이였던 리눅스 지금은 정말 시디만 넣으면 지가 알아서 다 설치해주니 말 입니다.